박현철 변호사의 코멘트
계좌대여 사건에서는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는 결론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는지, 계좌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이상한 점을 언제 발견했는지를 메시지와 거래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는 별개의 쟁점이므로 각각 구분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송파 문정동 형사전문변호사 박현철입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체크카드를 보냈습니다.”
“지인이 잠시 사용할 계좌가 필요하다고 해서 통장을 빌려줬는데 보이스피싱 계좌로 사용됐습니다.”
보이스피싱 계좌대여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이와 같은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본인 입장에서는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는데 왜 처벌받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단순히 ‘보이스피싱을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나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여부와 사기방조 여부에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의 양도나 일정한 형태의 대여 등을 별도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가를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빌려주는 행위,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접근매체를 대여·전달하는 행위 등이 금지됩니다.
따라서 사건을 검토할 때는 먼저 다음 질문부터 해야 합니다.
❓왜 계좌를 넘겼습니까?
예를 들어 “대출을 받기 위해 카드가 필요하다고 했다”는 사건과 “3일만 계좌를 빌려주면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했다”는 사건은 동일하게 보기 어렵습니다.
계좌를 제공한 명목과 대가 약속 여부, 전달한 접근매체가 무엇이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계좌대여 사건에서는 사기방조 혐의가 함께 문제되기도 합니다.
형법상 방조범이 되려면 단순히 결과적으로 다른 사람의 범죄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범죄를 돕는다는 인식이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체 구조와 구체적인 범행 방법까지 모두 알고 있었는지만 따지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고, 업무나 거래 방식에서 범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가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금융기관 직원이 아닌 사람이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는지
계좌를 제공하는 대가로 비정상적으로 큰 돈을 약속했는지
본인 계좌에 들어온 돈을 즉시 다른 계좌로 보내도록 했는지
입금자와 거래 이유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는지
돈을 여러 차례 나누어 인출하도록 지시했는지
다른 사람 명의 계좌를 추가로 모집해 달라는 요청까지 받았는지
이런 사정들은 당시 본인이 범죄 가능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계좌대여 사건에서는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카드를 보냈다”는 주장이 자주 나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대출을 신청한 자료가 있는지, 상대방은 어떤 금융회사라고 설명했는지, 대출금액과 금리에 대한 안내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대출 이야기는 거의 없고 계좌를 빌려주는 대가에 관한 대화만 남아 있다면 경찰조사에서 그 부분을 질문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사건을 검토할 때는 당사자의 기억보다 당시 주고받은 메시지를 먼저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뒤에는 자신의 기억과 실제 대화내용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 계좌대여 혐의를 받고 있다면 최소한 다음 내용은 조사 전에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계좌대여 사건 체크리스트
상대방을 처음 알게 된 경위
상대방이 자신을 어떤 사람 또는 업체라고 소개했는지
계좌가 필요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체크카드·통장·비밀번호 중 무엇을 넘겼는지
대가를 받았거나 약속받았는지
계좌에 처음 다른 사람의 돈이 들어온 시점
직접 돈을 인출·송금했는지
언제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상함을 느낀 이후에도 지시에 따랐는지
경찰 또는 금융기관 연락 후 어떤 조치를 했는지
특히 “언제부터 이상하다고 느꼈는지”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정상적인 거래라고 생각했더라도 이후 이상한 상황을 인식한 다음 계속 행동했다면 그 이후의 행위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보이스피싱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는 구성요건이 다르므로 계좌를 넘긴 이유와 대가 약속 여부,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을 인식했는지 등을 각각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로 대출을 위한 행위라고 생각했는지가 중요할 수 있지만 그 말만으로 판단되지는 않습니다. 정상적인 금융기관에서는 왜 카드나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는지, 상대방의 설명과 요구가 어떠했는지 등 객관적인 사정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피해금 입금 사실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와 그 이후의 행동을 구분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추가 송금이나 인출을 했는지, 지급정지나 신고를 했는지 등의 행동은 당시 범죄에 대한 인식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삭제 사실 자체를 숨기거나 기억에 맞춰 내용을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자료, 문자나 통화내역, 계좌거래내역 등 확보 가능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인하고 실제 기억나는 범위에서 사실관계를 정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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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대여 사건에서는 “보이스피싱인지 몰랐다”는 결론보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했는지, 계좌를 요구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이상한 점을 언제 발견했는지를 메시지와 거래내역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사기방조는 별개의 쟁점이므로 각각 구분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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